현직 기자의 기사 쓰기 특강
글쓰기, 이런 것 필요해?
[기사 작성법 11] 기사 작성 프로세스

<기사 쓰기 단순 프로세스>

나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제언이다. 나만 고민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전엔 처음부터 완성된 원고를 쓰려고 했다. 첫줄을 시작해 마지막 줄을 끝내면 한편의 완성된 기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첫줄에서 막히면 거기에서 시간을 잡아먹다가 마감시간에 쫓겼다. 또 기사를 다 써놓기 전에는 개운치 않았다. 보통 이쪽 업계 사람들은 마감시간이 되지 않으면 기사가 잘 안 써진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고 그러다보니 내가 무엇을 하던 써야 하는 기사가 있으면 마감 전까지는 늘 개운치 않았다.

 

기사를 막 쓰다보면 원고량이 맞지 않았고 그래서 늘 고생했다.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기사를 마무리한후 또 기사를 만져야 했다. 아무리 완전 원고를 썼다한들 결국 또 고쳐야 했다. 손을 댈수록 일관성이 떨어졌다.

 

기사를 쓰다 보면 재료가 더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면 취재 노트를 또 들춰봐야 하고, 인터넷을 찾아봐야 한다. 기사를 막 써내려가다가 또 그런 일을 하면  기사의 흐름이 끊겼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 10여년 넘게 기사를 쓰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기사쓰는 것을 요리에 비교하는 것이다.

 

이전에 나는 일단 레인지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물을 올려놔 끓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재료를 준비했다. 재료를 다듬으면서 재료가 없으면 마트까지 가서 재료를 또 사왔다. 싱크대 한 켠엔 다듬은 재료, 안 다음은 재료가 섞여있었다. 그 옆에는 재료를 다듬고 남은 쓰레기들도 있었다. 재료를 다듬을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울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물은 계속 끓고 있었다.

 

근데 요즘은 메뉴를 정하면 먼저 필요한 재료를 준비한다. 목록을 적어서 마트를 다녀온다. 이어 재료를 모두 다듬어서 한켠에 정리한다. 필요한 양만큼 두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둔다. 양념도 한켠에 필요한 만큼 준비해 둔다. 쓰레기는 대충 버린다. 다 준비가 됐으면 렌인지에 불을 당기고 물을 끓인다. 재료를 순서대로 넣는다. 양념까지 준비한 대로 한다. 그러면 음식이 쉽게 완성된다.

 

물론 천재는 첫줄부터 완전 원고를 쓸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천재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첫줄부터 완전원고를 쓰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없다. 그냥 메뉴인 주요지를 정하면 기사를 쓸 재료들을 찾아서 다듬어 놓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다. 재료를 준비하는데 80%이상을 쓰고 실제 원고를쓰는 시간은 20% 정도로 할애하라.

 

아래 그동안 생각해본 기사쓰는 법과 더불어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적어봤다.

 

 

[기사설계]

*먼저, 주요지를 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지는 앞서 내용에서 참고한다.

*카톡 친구가 궁금해 할 질문들을 적어본다.

*더이상 궁금한 것이 없을때까지 질문 내용을 적는다.

-이 질문은 육하원칙을 참고한다. 육하원칙을 다 물을 수도 있고 그 중에 일부만 물을 수도 있다.

-육하원칙을 다 물은 후엔 '그리고'라고 묻는다. 그리고 또 무슨 이야기할 것이 있느냐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음에 꿈과 비전 등을 물을수있다.

 

[기사 정리]

*위 질문을 토대로 취재한 내용 등을 죽 나열한다. 물론 취재 전부터 이를 생각하고 취재해야 한다. 

 

*나열된 내용이 위부터 아래까지 일관성 있게 연결되는 지 보면서 뺄것은 빼고 순서를 바꿀것은 바꾼다. 이 작업은 기사를 쓰면서도 계속 고민하고 필요하면 빼거나 순서를 바꾼다.

 

*각 질문(소제목 쯤으로 생각해두자)위에 전체 기사 매수 대비 쓸수 있는 매수를 적어놓는다.

-당연히 쓸 매수보다 취재한 양이 많을 것이다. 또 취재한 내용은 엉성하게 타이핑 됐꺼나 엉성하게 이야기한 것을 받아 적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매수에 맞게 일단 각각의 내용을 정리하면 좋다.

-그러면서 전체 기사 매수를 맞춰나간다. 이때까지는 아직 기사 작성을 하지말고 정리만 하는 게 좋다.

 

[기사 작성]

*기사를 어느정도 정리했다면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집필단계다. 맨 위부터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가기 시작한다. 참고로 리드가 잘 안될때도 있다. 그럴때는 아래 부분부터 작성해도 좋다. 이렇게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유는 앞서 주요지에 따라 이미 기사를 일관성있게 배열했기 때문이다.

 

[퇴고]

*기사가 1차로 작성되면 다시 읽어가며 매끄럽게 다듬는다.

 

[2차퇴고]

*기사가 2차 점검을 마친후 최종적으로 다듬는다. 

 

 

<자투리>

 

참고/

ㅇ  기사를 글의 종류로 구분하자면 논증문이 아닌 설명문에 가깝다. 하지만 형태는 논증관련 저서 '논증의 탄생'이 제시하는 논증의 구조와 비슷하다. 물론 구조만 비슷하다.  

 

책은 논증의 구조를 '주장-이유-근거보고'라고 설명한다. 이를 기사 구조와 견줘보면 '주장'은 '주요지'와 '이유'는 '이유', '근거보고'는 '근거(팩트)'와 비슷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의 기사를 형태로 구분지어보면 기사는 '주요지-이유-근거(팩트)'로 이뤄져 있다.

 

신동진 기자의 글쓰기 3GO라는 책은 글쓰기 공식으로 주근사(주장, 근거,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주장, 근거 사례가 앞 논증의 탄생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장, 이유, 근거보고와 같은 맥락이다. 참고로 적우둔다.

 

ㅇ 형태에 따른 특징을 꼽아보자. 이런 기사의 맨 앞에는 주요지나 들어가기가 아닌 사례가 들어간다. 사례가 곧 들어가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현재의 상황을 맨앞에 보여줘 기사의 호소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ㅇ 기자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사례로 주목받지 못할때 활용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하나가 아닌 두서너가지 사례를 모아 상황을 일반화하고 기사화시키는 것이다.

 

ㅇ 내용에 따라 구분해보자. 앞서 '주요지를 통해 나눠본 기사 형태'에서도 다뤘듯이 단지 상황만 설명하는 기사, 상황에 이은 향후 전망, 상황의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로 나눌수 있다. 전망이나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는 해설박스 기사에 가깝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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